[영화] 충격적인 스리랑카 테러와 ‘호텔 뭄바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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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이스터 축제는 스리랑카 테러 소식에 충격과 슬픔으로 물들었다. 교회와 호텔 등을 타겟으로 한 자살테러로 현재 사망자가 228명, 부상자는 450명에 달한다. 얼마 전 영화관에서 본 안소니 마라스 감독의 [호텔 뭄바이] 와 너무나도 유사한 상황이라 더더욱 충격적이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스크린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할 만큼 끔찍했는데, 이웃 스리랑카에서 실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호텔 뭄바이’는 2008년 11월 26일 인도 뭄바이 초특급 호텔 타지마할 팰리스에서 발생한 테러 사건을 그대로 재현했다. ​10명의 젊은이들이 보트를 타고 오면서 누군가의 지시를 받는 장면에서 영화는 시작된다. 스리랑카 테러 용의자는 이미 13명이 체포되었다고 하니 더 심각한 규모의 테러인 것 같다. 파키스탄에 기반을 둔 무장 테러 지도자 ‘불 Bull’로부터’ 무전을 이용해 지시를 받은 그들은 뭍에 당도하자 비장한 표정으로 택시를 나눠타고 간다. 커다란 백팩을 하나씩 메고 두세 명씩 무리 지어 그들이 도착한 곳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뭄바이 기차역, 극장, 병원, 카페, 호텔 등 열두 곳이었다. (사진. 구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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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역에서 무차별 총기 난사로 엄청난 사람들이 사살되었다는 뉴스가 보도되지만 아무 전갈을 받지 못한 초호화 호텔에는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향기로운 꽃들이 만발하고 행복한 표정의 사람들로 평화롭기만 하다. 웨이터로 일하는 아르준은 그날따라 신발 한 짝을 잃어버리고 출근한다. 최고급 호텔을 찾는 VIP 손님들을 모시는 이가 신발도 제대로 갖추지 않고 나타난 것을 깐깐한 수석 세프 오베로이가 봐넘길 리가 없다. 집으로 돌아가라는 지시를 받지만, 하루 일당이 없으면 당장 식솔들이 굶는다. 더구나 아내는 만삭이었다. 아르준의 형편을 잘 아는 오베로이는 작은 신발이라도 찾아신으라고 하고 아르준은 발에 피가 날 정도였지만 그렇게 하루를 시작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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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뭄바이 호텔은 VIP 게스트를 받으려는 준비로 분주하다. 미국인 건축가 부부 데이빗과 자흐라 던컨이 갓난 아들과 유모 샐리와 함께 도착하고 열렬한 환호를 받는다. 아이 목욕물 온도까지 맞춰져있고 룸은 초호화판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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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와 아들은 방에 남고, 부부는 레스토랑으로 저녁식사를 하러 간다. 주방에서는 최고급 음식들이 준비되고 있었고, 아르준이 그들의 서버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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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밖 뉴스에서는 아수라장이 된 뭄바이 시내를 보여준다. 무차별 총격을 피해 가장 안전할 것 같은 호텔로 다급하게 달려온 시민들을 보고 호텔 지배인은 문을 열어준다. 함께 당당하게 들어온 테러범들은 커다란 가방에서 총알과 수류탄을 꺼내 앞뒤 잴 것 없이 무조건 총알을 퍼부어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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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 세프 오베로이는 차분한 표정으로 직원들 앞에 선다. 호텔 게스트의 안전을 위해 온몸을 바쳐야 마땅하지만 우리 또한 누군가의 대디이고, 아들이며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에 남을 것인지 떠날 것인지는 스스로 선택하라고 한다. 집에 남은 자식들을 생각하니 안되겠다고 눈물 흘리는 남자에게 오베로이는 미안해할 필요 없다고 한다.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들 남겠다고 한다. 이 호텔에서 수십 년을 몸 바쳐 일했고, 이곳이 자신의 집이므로 떠날 수 없다고 말한 이도 있었다. 아르준 또한 만삭의 아내가 있고 딸이 있는 가장이지만 남기로 한다. 현재로선 정부의 지원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지만 수백만 마일 떨어진 델리에 주둔하고 있는 정예군대가 뭄바이에 도착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거라는 거라고 생각해 좀 더 안전한 채임버스 라운지로 사람들을 대피시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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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레스토랑에 갇힌 미국인 데이빗은 유모와 아들이 있는 남아있는 룸으로 가기 위해 목숨을 걸고 레스토랑을 탈출한다. 룸으로 가는 그 길이 죽음의 길이었지만 여러 번 위기를 넘기고 무사히 방으로 가서 아들을 품에 안는다. 아들과 유모를 데리고 나오려다 테러범들에게 잡히는데 영향력 있어 보이는 백인들은 죽이지 말고 산 채로 잡으라고 명령했기 때문이다. 유모와 아들은 벽장 속에 갇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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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소개한 [온 더 베이시스 오브 섹스]에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의 남편 긴즈버그 역할을 맡아 열연했던 아미 해머의 연기가 돋보였다. ​

​한편 테러범들은 로비와 오픈 장소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사살한 뒤 룸마다 찾아다니며 ‘룸서비스’라고 거짓말을 하고 문을 열게 해 총을 발사한다. 모든 투숙객들을 죽이라는 ‘불’의 명령이었다. 게스트룸으로 들어가는 것이 쉽지 않자 호텔 직원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각 룸마다 전화를 걸어 안심하고 문을 열라고 거짓말을 시킨다. 도저히 못하겠다고 주춤하는 직원들은 바로 쏘아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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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임버스 라운지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의 불안감은 고조되고 사람들 사이에 갈등도 커진다. 러시아 재벌 사업가와 데이빗의 아내 자흐라는 밖으로 나가겠다고 고집을 피우고, 처음에 극구 반대하던 오베로이는 문을 열어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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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를 다친 테러범은 인질들을 모아둔 방에서 아빠­에게 전화를 한다. 훈련은 잘 받고 있다고, 집으로 돈을 보내준다고 약속했는데 돈이 들어왔느냐고, 사랑한다고, 보고 싶다고.. 그렇게 전화를 끊고 이내 절규한다. 자신이 희생하면 가족을 가난으로부터 구제할 수 있다 믿었던 것일까. 가난이 그들을 악의 구렁텅이로 내몰았을까. 여러 다급한 상황이 이어지고, 결국 러시아 사업가와 데이빗은 죽임을 당한다. 머리에 겨누어진 총구 앞에서 눈물로 이슬람 노래를 부르던 자흐라는 테러범의 마음을 교란시켜 겨우 살아남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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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가 시작된 지 나흘 만인 11월 29일 아침 사태는 결국 진압되었다. 당시 호텔에 있던 사람은 천 명가량이었고 그중 5백 명이 호텔 직원이었다고 한다. 188명 사망, 293명 부상으로 집계되었다. 한국인 26명도 있었는데 무사 탈출했다고 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아르준, 미국 건축가 부부, 러시아 갑부 비즈니스맨 등은 가상의 인물이지만, 모두 실제 일어난 이야기를 그들의 모습으로 재현했다고 한다. 특히 수석 세프 오베르니는 실제 인물로 그가 보인 차분하고 책임있는 리더쉽은 그를 영웅으로 칭송받게 했다. 감독 안소니 마라스는 그를 포함한 수많은 호텔 직원들의 책임있는 희생에 감동받아 이 영화를 제작했다고 한다. 뭄바이 타지마할 팰리스 호텔은 성대하게 다시 오픈하며 그들의 고귀한 희생을 잊지 않았다. 스리랑카 대참사에 희생된 수많은 이들의 명복을 빌며, 다시는 이 땅에 이런 끔찍한 테러가 없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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