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 9’ 리뷰: 정체성은 기억과 해석

 2017년에 개봉한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를 넷플릭스에서 우연히 발견했다. 「오메!기뻐요!^^」30년 이상전, 해리슨·포드 주연의 「블레이드 러너」의 인상이 아직도 강렬하게 남아 있었기 때문에, 항상 멈춰 서서 시청.

영화 속에서 리플리콘트는 인간의 편익을 위해 만든 복제인간이고, 블레이드러너는 인간을 따르지 않는 리플리콘트를 찾아 제거하는 경찰이다.

전편 블레이드 러너 데커드는 리플리칸트 여부를 놓고 말이 많지만 인간으로 간주해야 할 것 같고, 속편 블레이드 러너 케는 리플리칸트로 본인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부랑자 집단의 인간까지 케이의 면전에서 조롱해, 케이는 못 들은 척 한다. 리플리칸트는 인간에게 순종하도록 만들어졌다는 게 이 영화의 기본 설정이다.

# 인간과 리플리칸트를 가르는 기준

영화는 리플리칸트 유골에서 아이의 출산 흔적이 발견되면서 시작된다. 경찰은 질서유지 차원에서 이 사실을 은폐하려 하고, 리플리콘 생산업체 주월레스는 완벽한 리플리콘트 생산을 통한 세계지배 야심으로 그 아이를 찾는다.

인간 여부를 가르는 기준을 출산할 수 있느냐에 둔다. 그래서 인간은 이를 숨기려 하고, 리플리칸트 저항 단체는 자신들도 인간이라는 증거로 본다. 또 하나, 인간은 리플리칸트에 영혼이 없다고 규정한다. 리플리칸트도 이를 받아들인다.

기분 나쁜 이야기 하나. 설령 리플리칸트의 출산이 알려져도 리플리칸트에 영혼이 있다고 모두가 믿을 수 있게 된다 하더라도 그 사회의 지배계급은 리플리칸트가 인간과 다르다는 기준을 새로 만들어내고 이를 리플리칸트로 관철시킨다. 당대의 가치와 질서는 당대 지배계급의 이익을 보호하는 장치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미래의사회 #2049

2049년 미래사회 빛을 이용한 옥외광고가 퇴폐적으로 비치는 암울한 분위기다. 영화의 배경은 거의 어둡고 칙칙하다. 어째서일까?과학문명이 발달하고 생산성이 높아지는데도 불구하고. 인간의 탐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해 본다.

블레이드 러너의 전편이나 속편 인간은 대부분 오만하고 탐욕스럽다. 지배계층이나 관료집단이 그렇다. 대다수의 군중도 탐욕스럽다만 비굴하고 자극에 반응하는 동물이나 곤충처럼 그려진다. 왜 대부분의 SF영화에서 군중의 모습은 비슷할까.
니체에게 영향을 받은 거야? 니체는 대중문화에 길들여진 집단을 인류 미래의 가장 큰 위험으로 꼽았다. 평범한 사람에게 있어 니체는 매우 불편한 철학자임에 틀림없다^^;
리플리칸트도 마찬가지지만 주연급 리플리칸트는 기계적인 상태에서 성찰적이고 관용적인,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모습으로 성장(!). 인간이 경험과 시련을 거쳐 성장하는 존재라면 노동력을 착취하는 인간의 비인간적인 모습과 착취당하는 리플리칸트의 인간적인 모습 설정은 억지스럽지 않다.
전편 블레이드 러너 데커드(해리슨 포드)는 제거하려는 리플리칸트의 도움으로 간신히 살아나지만 속편 블레이드 러너 케이(라이언고슬링)는 남을 위해 기꺼이 죽는다.
# 케이와 조이의 궁합

조이는 월레스가 만든 홀로그램 타입의 인공지능이다. 감정 없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무표정의 케이가 조이와 대화할 때만 유머를 쓰며 웃는다. 케이에게 감정이 있다는 증거 웃음과 유머가 인간의 전유물임을 느끼게 한다. 조이가 있어 케이의 캐릭터를 이해하기 쉽다.

조이는 케이에게 사랑한다고 표현했고, 케이도 좋은 감정을 가졌다. A, T, G, C(유전자 염기) 4개로 이뤄진 리플리칸트와 0과 1로 이뤄진 인공지능 사이의 사랑. 영화 말미에 악당이 조이의 저장장치(임마네이터)를 부수면서 조이는 소멸된다. 인간 간의 사랑 이상으로 조이의 소멸이 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조이는 케이에게 조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Kei는 제작 일련번호의 약자. 이름 없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장면이 영화 곳곳에서 나온다. ◆언어가 존재하는 집이듯 이름은 개체의 고유성을 나타낸다.

케이가 웃는 장면이 다시 한 번 있다 영화의 라스트 신 케이가 데커드를 도와 헤어져서 생사를 알 수 없는 데커드의 딸이 있는 곳까지 안내해 주었을 때다. 데커드가 질문을 하다. 왜? 이런 호의를 베푸는가? 나는 너에게 무엇인가?”

인간은 자신에게서도 의미를 찾아야 하지만 외계에 대해서도 의미를 찾아야 하는 존재다. 즉 케이는 인간의 의도대로 만들어진 리플리칸트 이상이라는 뜻.
# 기억과 정체성

케이는 자신이 리플리컨트로 어릴 적 기억은 이식된 것을 알고 있다. 사실 그 기억은 데커드의 (엄마가 리플리컨트인) 딸의 실제 기억이다.

케이는 리플리칸트 출산의 흔적을 쫓다가 자신의 기억이 이식된 것이 아니라 실제로 겪은 일이라고 확신한다. 케이의 정체성이 인간이 시키는 대로 따라야 하는 리플리칸트에서 독자적으로 판단해 행동하는 주체로 거듭난 것이다.
하지만 기억은 팩트가 아니다. 팩트에 해석을 덧붙인 것이다 우리는 종종 자신의 기억들이 진실이거나 진리라고 말하고 있는 것을 보면 잘못된 해석에 의한 기억일 수 있다는 겸허함이 필요하다.

마지막 장면, 케이는 계단에 누워 담담하게 죽는다. 부슬부슬 내리는 눈은 케이가 죽어가는 장면 중 최고의 미장센이다. 재미없다는 뜻인가, 유종의 미를 거뒀다는 뜻인가.

영화는 저마다 처한 상황, 기억, 이름 등을 강조하면서 인간의 본질은 무엇인가. 정체성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자신이 믿고 있는 것이 진실일까. 등의 질문을 던진다. 답은 각자의 몫이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는 상상 가능한 미래 사회를 들여다봄으로써 우리 시대와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영화다. 좋은 영화라는 평을 듣는 영화지만 흥행은 전편, 속편 모두 부진했다고 한다. 대중문화적인 영화가 아니라서 그런가?생각보다 여운이 오래 남는 영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