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판도라] 5성급 호텔 내 목욕가운 차림, 나만 불편해? ..

지난여름 부산에 갔을 때의 일입니다. 온천이 좋기로 이름난 호텔에 1박을 했습니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객실에서 짐을 풀고 호텔 로비로 향하던 때였습니다. 어두컴컴한 엘리베이터 안에 젊은 커플이 목욕가운 차림에 호텔 룸에서 신도록 비치한 슬리퍼를 신고 있었어요. 커플과 저, 세 사람을 둘러싼 공기는 무척이나 어색했습니다. 엘리베이터는 또 왜 그렇게 더딘 건지, 애꿎은 층수 표시등만 째려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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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에 있는 호텔에서도 이런 광경을 종종 봤답니다. 가족단위 이용객이 많은 몇몇 호텔들의 로비는 여름만 되면 도떼기시장처럼 변해요. 아이를 동반한 사람들은 이해가 됩니다. 비좁은 라커룸에서 수영복을 갈아입히고 씻기는 것이 불편하니까 아예 객실에서부터 옷을 갈아입히고 가는 편이 편하죠. 하지만 제가 목격한 것처럼 성인들의 경우는 이야기가 다르다고 생각해요. 객실에서부터 수영복을 갈아입으면 모두가 함께 이용하는 탕에 들어가기 전에 샤워는 하는 걸까, 갑갑한 마음이 들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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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아닌지, 인터넷을 뒤져보기 시작했습니다. 태국 여행정보 카페에 ‘제발 샤워가운 입고 로비를 다니지 맙시다’라는 제목의 글을 찾았어요. ‘로비에서 샤워 가운 입고 활보하는 것을 보니 좋지 않았다. 기본 매너를 지키자‘는 것이 골자였지요. 이 글에 달린 댓글은 32개. “식당에 가는 건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수영장에 가는 건 왜 안 되냐.” “우리나라 사람뿐 아니다 중국 사람은 물론 머리가 노란 서양인들도 그런 사람이 있다” 등 다양한 반응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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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검색하면서 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몇몇 특급호텔에서는 고객에게 ‘수영장 라커룸이 좁으니 객실에서 환복을 하고 목욕가운을 입고 수영장을 이용해달라’고 안내한다는 것. 이용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죠. 호텔 측에서 먼저 ‘고객 편의를 위해’ 목욕가운을 입고 수영장까지 가라고 권한답니다. 해당 호텔 담당자와 통화를 했더니 “성수기나 연휴기간 같이 고객이 붐빌 때 그런 안내를 한다”고 말했는데요. 하지만 1년 내내 바뀌지 않는 홈페이지 수영장 소개문에는 해당 문구가 포함돼있었어요.(위 사진 참고) 하루 방값이 최소 40만원인 서울의 5성급 호텔에서, 객실 400개가 넘는 특급호텔에서 애당초 여자 수영장 사물함을 단 6개만 설치한 것이 문제 아닐까요. 번외로 외국의 경우를 살펴봤어요. 구글에서 ‘호텔 매너’ ‘호텔 에티켓’과 ‘목욕가운’을 함께 검색해보니 관련 내용이 나오더라고요. 1년 중 30%를 호텔에 머문다는 한 여행 작가는 호텔 로비를 통과해 수영장이나 스파를 갈 때 목욕가운을 입지 말라고 충고합니다. 온라인 여행사이트 익스피디아에도 호텔로비에서 수영복, 목욕가운 등을 입고 돌아다니지 말라는 글이 있었어요. 개인에게 배정된 객실 밖으로 나온 이상 모두가 함께 사용하는 공용 공간이라는 게 근거죠. 홍지연 여행+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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